다. 잘못된 가치판단의 원인

만일 다이아몬드와 금덩어리가 앞에 떨어져 있다고 하자. 대부분은 다이아몬드를 주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는 보통 사람과 달리 금덩어리를 주을 수도 있다. 여기서 다이아몬드가 옳고 금덩어리가 틀리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여기서는 다이아몬드가 더 나은 판단이라고 일단 가정해보자. 그럴 때 어떤 이들이 금덩어리를 선택하게 되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처음부터 다이아몬드가 단순한 유리인 줄 잘못 알아서 이런 잘못된 사실판단을 기초로 잘못된 가치판단을 한 경우도 있다.[잘못된 사실판단의 왜곡(歪曲)] 또는 언제나 금이 최고다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 있어 가치판단이 비틀어지는 경우도 있다.[편견, 고정관념으로 인한 가치판단의 왜곡] 또는 자신은 지금 당장 금의 노란 빛깔이 더 좋아 보여 끌려서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감각적 왜곡] 또는 자신의 부모나 사랑하는 친한 이성 친구가 금을 좋아하기 때문에 자신도 따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친밀함의 왜곡] 또는 보통 다른 이들 대부분이 금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다수의 왜곡] 또는 특정 권위자나 지도자, 또는 인기인이 금목걸이를 좋아하는데 자신도 이를 따라 금이 좋아 보였다는 이유 때문일 수도 있다. [권위나 힘의 왜곡] 또는 종전까지 금을 계속 소중하게 지녀왔기 때문일 수도 있다. [관습적 왜곡] 또는 반대로 금이 난생 처음 대하는 신기한 물건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모험적 왜곡] 어떤 이가 특정한 가치 관념을 형성하는 데는 이러한 여러 가지 요소들이 다양한 형태로 개입한다.

그런데 여하튼 사람들은 서로 다른 가치판단을 갖고 생활한다. 그래서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갖고 사는 이들은 서로 상대방이 마치 쓰레기와 같은 것을 추구하며 산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 반대로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다른 이의 입장에서는 또 하잘 것 없는 것으로 무시되는 것이다.

라. 가치판단의 어려움

그런데 이렇게 서로 다른 가치판단 가운데 어떤 것이 가장 나을까? 이 문제를 깊이 생각하면 우리는 확고부동한 답을 얻을 수 없다. 이런 가치판단의 어느 쪽이 낫다라고 확고하게 세울 수 없는 이유는 그 기초에 좋음의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좋음의 느낌은 각 주체별로 또 대상별로 상황별로 다 다르다. 그래서 어떤 대상은 언제나 늘 좋다라는 식으로 법칙을 세울 수 없다. 사실상 어떤 주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것을 좋다라고 할 때 그것이 왜 그런가 역시도 답하기 곤란하다. 어떤 주체가 어떤 상황에서 좋음을 느낄 때, 다른 주체는 그것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또 좋음을 느낀 그 주체도 다른 상황에서는 좋음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좋음의 느낌은 주체 대상 상황 등에 유동적이다. 따라서 어떤 절대적인 기준을 세우기가 곤란하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이가 배가 고플 때는 국수를 좋게 느낀다. 그러나 배가 부르면 국수가 싫어진다. 그러다 점심에는 다시 과일이 입맛에 당기게 된다. 이런 식으로 변화무쌍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이처럼 변하고 일정하지 않은 좋음의 느낌이 모든 가치판단의 기초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하나 그래도 확고한 것은 어찌되었든 ‘좋음’의 느낌은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좋음의 느낌을 기초로 일단 가치판단을 세울 수는 있게 된다. 그래서 좋음의 느낌을 주게 하는 것은 그 때 그 때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좋음을 주는 것들 가운데에서는 일단 그 주체에게 오랜 기간 좋음을 가져다 줄 것인지로 우열을 나눌 수 있다. 또 어떤 상태가 얼마나 많은 주체들에게 좋음과 나쁨을 가져다주는지를 기준으로 우열을 판단할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현상이 여러 주체에게 높고 많은 좋음의 느낌을 장기간에 걸쳐 가져다 준다면, 이를 높은 가치를 갖는 것으로 인정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제시하는 최상의 가치의 판단도 기본적으로 위와 같은 구조에 서 있다. 가장 근본적으로 어떤 경우에서나 어떤 주체에게나 절대적으로 변하지 않는 확고한 좋음을 세울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모든 생명의 주체는 ‘좋음의 느낌’을 그 때 그 때 가진다는 사실을 기초로 위와 같이 그런 좋음이 어떤 경우에 가장 많은 주체에게 많은 양의 좋음을 장기간에 걸쳐 주는가를 기준으로 최상의 가치를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즉 A와 B 가운데 어떤 것이 가치가 많은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판단방법을 취할 수 있다. 우선 A가 일정기간 동안 인과관계상 관련 맺는 다양한 현상을 A의 원인과 A의 결과와 영향[결과의 결과들]들로 묶는다. B도 마찬가지다. 그 다음 고려범위에 드는 일정한 다수 주체들이 일정한 기간 동안 이런 각각의 변화에 상응하여 좋음과 나쁨 등을 어떻게 변화하며 느끼는가를 살필 수 있다고 가정한다. 그리고 각 주체가 일정 단위기간 느끼는 좋음과 나쁨은 평등한 값을 갖는다고 가정한다. 그래서 양자를 비교한다. 그 결과 좋음과 나쁨의 총차이를 계산하여 그 차이를 많이 가져다 주는 쪽이 더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 전제에는 물론 많은 문제점이 있다. 그 문제점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어떤 현상을 기초로 할 때 그것과 인과관계로 이어지는 현상의 범위는 그것이 실제 발생하기까지는 그렇게 명확하지 않다. 예를 들어 하나의 불이 단지 추위를 없애는 데 그칠 지 아니면 집을 전부 태우는 화재의 원인이 될지는 사실 명확한 것이 아니다. 또 어떤 주체를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고려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예를 들어 특정 소수의 인간에서부터 곤충이나 미생물까지 주체의 범위를 넓히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이런 범위를 어떻게 잡는가에 따라 결과는 늘 유동적이 된다. 한편 좋고 나쁨의 정도에는 한 주체를 놓고 생각해도 각기 상대적인 우열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주 좋은 상태, 또는 조금 좋은 상태, 그냥 보통 좋은 상태와 같은 정도의 우열이다. 그런데 이런 정도차이를 수치로 명확히 계산해 표현하는 것 은 어렵다. 여하튼 이런 정도의 차이가 있음을 무시하고 각 주체의 좋고 나쁨이 모두 평등한 값을 갖는다고 단정하기도 곤란하다. 또 좋고 나쁨은 정신 내면의 내용이다. 따라서 어떤 이의 좋고 나쁨을 외부에 명확히 표현하거나, 다른 이가 뚜렷이 관찰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더 나아가 다른 타인의 것과 명확히 그 내용을 비교하는 데에도 한계를 갖는다. 한편 범위가 넓어질수록 이를 모두 종합하여 결과를 얻어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이는 이론상의 주장에 불과하며, 실제 경험상으로 이런 이론에 따라 어떤 값을 얻는다는 것은 곤란한 것이다.

또 현실에서 내려지는 각종 가치판단의 내용은 이런 이론과는 또 다른 이유로 거리가 멀어진다. 예를 들어 역사현실에 존재하는 종교규범, 윤리규범, 법률 등의 내용은 사실상 위와 같은 이론적인 가치평가와는 거리가 먼 방식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우선 실제 현실에서는 자신의 판단과 뜻을 관철(貫徹)할 수 있는 힘[事實力, 權力, 權威]을 갖는 이의 판단이 우선한다. 그리고 이 판단자는 판단과정에서 타인의 뜻을 고려하기 보다는 그 자신의 의사가 곧 일반인의 의사라고 생각하는 왜곡을 일으키게 된다. 비록 타인의 판단을 고려할 때에도 그 타인이 갖는 사실력의 정도가 고려의 비중을 결정하게 된다. 그래서 곧잘 여자나 어린이, 노예, 외국인 등의 의사는 무시된다. 또 고려범위는 통상 모든 생명체로 확대되지 못하고, 인간 그것도 동류의식을 갖는 집단 정도만을 고려대상으로 삼게 된다. 또 판단시 미래나 과거의 좋음보다 현재 및 가까운 기간의 좋음에만 더 비중을 두게 된다. 그리고 매순간 좋음의 느낌을 일일이 경험한 뒤 이를 종합해 판단한다기보다는 일정한 좋고 나쁨의 고정관념을 기초로 해서 추리를 행한다. 그 결과 사실은 어림짐작하여 가치판단을 내리는 것이 보통이 된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행해지는 가치판단의 내용은 앞에서 제시한 이론적인 모형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다.

다만 인과관계에 대한 지식이 축적되고, 또 비교적 각 주체의 사실력의 정도나 관계가 서로 평등해지거나, 또는 모든 생명이 다 같이 좋고 나쁨을 느끼는 생명주체라는 공통성을 인식하고 또 그런 바탕에서 타 생명의 좋음을 존중해주려 노력하고, 더 나아가 서로가 타 주체의 입장을 서로 바꿔 헤아려 보려는 노력이 행해지고, 서로의 견해를 존중하려는 입장이 강해져가면, 그런 바탕에서 행해지는 가치판단의 내용은 점점 앞의 이론적인 모형에 가까워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좀 더 순수한 이론적인 모형에 서서 각종 상태에 대한 비교를 행한다면, 그 결과 가장 나은 최상의 상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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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다음의 전체적인 글의 일부입니다.
無名 著, <가칭><<최상의 행복 총론>>,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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