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데이트시작 2008년-1-17일 오후 9:30 +


가) 당면한 상태의 비교

무언가를 선택(選擇)하는 유형 가운데, 우선 가장 첫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유형(類型)은 다음과 같다. 즉 선택당시에 눈앞에 당면한 상태(狀態)나 희망(希望)을 놓고 이들 가운데 어느 것이 나은가를 생각해보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깊은 생각을 하지 않고 즉흥적(卽興的)으로 선택하는 경우에 취하기 쉽게 된다. 우리는 복잡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선택이 장차 어떤 결과를 낳을 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물론 예측을 하려는 경우는 많다. 그러나 대부분 미래는 불투명하여 뚜렷하게 파악되지 않는다. 그래서 보통은 눈앞의 상태와 자신의 몇몇 희망을 단순히 비교하여 선택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렇게 그 때 그 때 비교(比較) 판단을 하고 계속 선택해나가면 자연스럽게 최상의 상태를 만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만일 이런 믿음이 옳다면, 굳이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에 이르게 할지를 미리 복잡하게 헤아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방식에는 다음 문제점이 있다. 우선 이 방식은 어떤 것을 실현시킬 때 그 원인-결과-영향 면에 걸쳐 종합적으로 나은 것이 무엇인가를 고려하지 않게 된다. 그 결과 장기적으로 좋은 내용을 선택하기 어렵다.
한편 이 방식을 계속할 때 최종적으로 최상의 상태를 얻을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하기도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만일 지금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 이후 선택할 수 있는 내용들이 똑같게 주어진다고 하자. 또는 한 번 나은 것을 선택한 이후에는 항상 더 나은 것들만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고 하자. 그렇다면, 매순간 매순간 가장 나은 것을 선택해가는 것이 결과적으로 가장 좋은 상태에 이르는 방안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 어떤 것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다음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내용들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지금 여행목적지로 서울과 부산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한다고 하자. 그러면 그 선택 이후 만나는 상황은 서로 달라지게 된다. 현실에서는 어느 시점에서 좋은 것을 선택하게 되면 그 이후에는 나쁜 것들만 선택 가능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또 그 반대로 어느 시점에서 나쁜 내용을 선택하면, 그 이후에는 대신 좋은 것들만 선택 대상이 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 물론 경우는 매번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가장 최상의 것을 선택할 상황을 만나게 되는지는 별도의 문제다. 그러나 일단 매 시점에서 가장 나은 것을 선택해가면 결과적으로 가장 좋은 내용들만을 계속해서 취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가장 좋은 최상의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고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어린아이가 공부하는 것과 거리에서 노는 것 사이에서 선택한다고 하자. 공부를 해 시험성적이 좋게 나오면 다양한 선물 가운데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을 만난다고 하자. 반대로 거리에서 놀면 차사고가 나서 다리가 부러지거나, 시험을 잘못 봐 벌을 받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하자. 이런 경우 처음의 선택이 무엇인가에 따라 다음에 선택할 수 있는 내용이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그래서 앞의 선택은 다음 순간에 선택할 수 있는 내용을 다르게 만든다. 즉, 각 선택 이후 모두 평등하게 같은 내용들을 다시 선택할 수 있게 되지 않는다. 따라서 매순간 좋은 것만 선택하면 결과적으로 가장 좋은 상태를 선택할 수 있게 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앞의 방안은 가장 나은 상태를 선택하는 방안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한편 이런 선택방식에서 매순간 선택기준이 달라진다면, 전체적으로 일관성 있는 선택도 이뤄질 수 없게 된다.

나) 인과관계의 고려

앞의 선택방식에는 문제가 있음을 보았다. 어떤 상태를 얻기 위해서는 원인행위가 필요하고 또 그것이 실현되면 그로 인해 일정한 결과가 나타난다. 그리고 또 이 결과로 인한 또 다른 결과[영향]들이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이를 종합해서 판단하지 않고 어떤 한 순간의 한 단면만 보고 비교하면 잘못된 가치평가를 내리기 쉽다.

단순히 금액으로 가치가 평가되는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어떤 A는 1000만원의 가치를 갖고 B는 500 만원의 가치를 갖는다고 하자. 그런데 A를 얻기 위해서는 900만원의 비용이 들고 A를 얻은 다음에는 그 유지비용이 계속 500만원이 든다고 하자. 이에 반해 B를 얻기 위해서는 200만원의 비용이 들고 B를 얻은 다음에는 유지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고 가정하자. 비용과 함께 각 경우에 얻는 고통이나 이익 즐거움 등도 마찬가지로 계산할 수 있다고 하자. 그래서 이런 경우에 A와 B가 단순히 일정시점에 갖는 가격만을 가지고 가치를 비교하면 잘못된 판단이 된다. 어떤 것을 선택할 때 그 전 과정에 걸쳐 얻게 되는 각 이익과 즐거움 비용과 고통의 양이 각기 다르다면, 이를 함께 계산해야 보다 정확한 비교가 된다. 물론 이익 즐거움 비용 고통의 양을 모든 경우에 금액으로 일일이 환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에 준해 이런 평가가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각 선택에 따른 원인과 결과 그리고 그 차후에 일어나는 영향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서로 비교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런 비교결과 종합적으로 더 나은 것을 선택하는 방식이 앞 방식보다는 더 낫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당면한 한 순간만이 아니라, 일정한 기간에 펼쳐지는 내용을 종합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보통 현실 상태와 의식에 떠오르는 걱정 두려움 희망들을 비교대상으로 주로 삼게 된다. 그래서 각 경우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를 비교하여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이 방식에서는 인과관계의 내용을 많이 알수록 도움이 된다. 그래서 실제로 많은 경험을 한 이들의 경험 내용이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실제로는 인과관계의 예측이 쉽지 않다는 데에 1차적인 난점이 있다. 어떤 하나를 선택하면 장차 어떻게 될지를 일일이 예측하기 곤란하다. 실제로 일의 전개과정에는 많은 다른 변수가 함께 개입된다. 그래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내용으로는 상당히 많은 내용들을 나열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고 .. 등등이다.

그래서 실제로는 각 선택에서 기대되는 가장 좋은 상태와 나쁜 상태 두 가지만을 추려 내어 예측의 노력을 줄이게 된다. 그리고 각 경우에서 최선과 최악만을 단순히 비교하여 판단의 노력을 줄이려는 것이다.

그런데 각 경우에서 최선과 최악이 서로 엇갈려 제시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A를 선택하면 최선은 10억원의 획득과 최악은 10억의 손해라고 하자. 그리고 B를 선택하면 최선은 100만원의 획득과 최악은 50만원의 손해라고 하자. 이 경우 최선을 기준으로 하면 A가 낫다. 그러나 반대로 최악을 기준으로 하면 B가 낫게 된다. 이 경우 최선과 최악이 발생할 각 가능성의 정도를 알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경우 성공을 낙관적으로 보고 모험적인 성향이 강하면 A를 선택하고 비관적인 경우나 안정적인 성향이 강한 경우에는 B를 선택할 것이다.

이 방식에서는 어느 것을 선택한 이후에는 각기 최선을 향해 노력하고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게 될 것이다.

한편 이 방식의 또 다른 단점은 다음이다. 의식에 떠오르는 몇몇 내용들을 비교하여 선택한 내용을 곧 최상의 내용이라고 보장할 수는 없다. 사실상 현실에서 의식되지 않는 것들 가운데 최상의 선택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 모든 경우의 인과관계의 고려

앞의 방식을 보다 이론적으로 엄밀하게 확장시키면, 이제는 선택가능한 모든 경우를 나열하고 각 경우에서 나타나는 원인-결과들을 가능한 장기간에 걸쳐 모두 나열한 뒤 이들을 모두 비교하여 이 가운데 종합적으로 가장 나은 상태를 선택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순수하게 이론적으로만 본다면 이 방안이 가장 나은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방식에는 다음 문제가 있다. 우선 자신의 현실에서 어떤 선택가능성이 있는 지를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다. 현실에서는 의식에 떠오르는 당면한 내용들만 중요시되고 또 선택 가능한 내용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단순히 생각해봐도 선택할 수 있는 내용은 많다. 예를 들어 본다, 먹는다, 운동한다, 논다, 학습한다, 누워 쉰다, 잔다, ...등의 내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깊이 생각해보면 이외에도 가능성은 현실에 많이 잠재되어 있다. 예를 들어 눈을 돌려 주변에 있는 사물을 하나씩 생각해보자. 또 이들로부터 관념내용을 하나씩 연상해서 떠올리거나 해보자. 그러면 선택대상은 무한히 넓어진다. 또는 사전을 펼쳐 단어를 살펴보자. 그러면 현실에 문제 삼을 수 있는 관념은 매우 많아진다. 그리고 실제로 이들 하나하나의 대상이나 관념은 모두 자신의 삶에서 잠재적인 선택 대상의 자격을 갖는다. 예를 들어 이들은 그것을 구한다, 본다, 찾는다, 만든다, -을 가지고 -을 한다는 식으로 우리가 다음 순간에 행동에 옮길 내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선택 가능한 내용이 현실에 다양하게 잠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선택 다음에는 다시 선택 가능한 내용이 더 많이 나열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본다가 선택되었다면 무엇을 볼 것인가로 선택 가능한 경우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하게 생각해 각 선택 순간마다 매번 두 가지의 선택 가지만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게 생각해도 이런 선택을 한 10 번을 거칠 기간 동안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려면, 모두 1024 가지의 경우수가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사실상 이런 식으로 각 경우수를 비교 판단해 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게 된다.

그런데 이런 방식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각 주체가 자신이 선택한 내용에서 어떤 결과가 장차 나타날지를 예측하는 일이다. 장기간에 걸쳐 경험해보면 마치 새옹지마(塞翁之馬)의 고사처럼 어떤 순간에 좋았던 일이 나중에는 나쁘게 작용하고 또 나쁜 일이 나중에는 좋게 변하는 등 그 변화무쌍한 과정을 일일이 나열할 수 없게 된다. 즉, 각 경우마다 어떤 내용이 나타날지를 장기간에 걸쳐 일일이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다. 어떤 것은 과거 경험에서 자주 반복하여 그 결과를 쉽게 예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과거의 내용이 자신에게도 그대로 반복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 어떤 것은 처음 대하는 내용이어서 전혀 예상이 되지 않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 내용들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해보기가 어렵게 된다. 그리고 전개될 사건들이 예측되어도 다시 전체 과정에서 어떤 좋고 나쁨을 받게 될지를 다 계산해 비교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게 된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가장 합리적인 이 방식이 현실에서는 거의 채택될 수 없게 된다.

라) 추첨이나 점에 의한 선택

앞의 방식이 이론상으로는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이 잠재되어 있는 지를 잘 모른다. 또 각 선택에 따라 인과관계에 의해 어떤 내용이 펼쳐질 지도 일일이 알 수 없다. 그래서 많은 선택 가능한 경우에서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면, 그저 우연에 의한 추첨이나 점과 같은 방식에 의해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것은 각 선택 이후 어떤 일들이 펼쳐질 지 예측이 되지 않고, 당면한 내용들만으로는 어떤 우열이 판단되지 않을 때 주로 이 방법에 의존하기 쉽게 된다.

추첨이나 점이란 선택은 해야 하는데 어떤 선택이 나은지를 판단하지 못하고, 마냥 심리적 갈등만을 겪는 상황에서 벗어나오게 해준다는 점에서는 일정한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즉, 그 결정이 옳고 그름을 떠나 어떤 하나를 선택하여 실천행위를 하게 만들어 주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면을 갖는다. 특히 어떤 특정방식의 추첨이나 점에 의지할 때 경험상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믿는 경우, 이런 방식도 하나의 훌륭한 선택방식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사실 이런 우연적인 점이나 추첨으로는 어떤 선택이후 펼쳐지는 인과관계의 내용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이런 사실은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해볼 때 쉽게 알 수 있다. 즉 우리가 확실히 그 결과를 예측하는 사실에 대해 자신이 신뢰하는 추첨이나 점의 방법을 이용해 원하는 동일한 결과가 얻어지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지점에서 자기 집을 찾아가는 경로를 지도나 안내판을 의지하지 않고 매 갈림길마다 점이나 추첨을 사용하여 간다고 해보자. 그런 점이나 추첨이 정말 자신의 집을 훌륭하게 잘 찾아주는 수단이 될 수 있는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점이나 추첨은 정말 아무런 의지수단이 없을 때, 그러나 어떤 행위를 해야만 할 때 어쩔 수 없이 의지하게 되는 가장 어리석은 마지막 방식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마) 권위에 의한 선택

이론적으로 가장 좋은 방식은 선택 가능한 모든 경우에서 그 다음 펼쳐지는 인과관계의 내용을 일일이 다 경험한 뒤 그 중 가장 좋은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보통 사람에게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어떤 이는 초월적인 지위에서 이처럼 모든 가능한 경우에서 가장 나은 길이 무엇인지를 알아서 그것을 제시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부처, 또는 모세나 예수 마호멧 등과 같은 종교지도자들을 그런 존재로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처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기간[무량겁(無量劫)]동안에 각 존재가 어떤 길을 선택해서 어떤 길로 이끌려 가는 지를 관찰한 끝에 열반 해탈이 가장 나은 상태라고 제시했다고 설한다. 또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여러 가지 수행방법을 제시한다. 또 모세나 예수 마호멧 등과 같은 이는 각기 전지전능한 신으로부터 이런 올바른 길에 대한 계시(啓示)를 받아 이런 길을 가르친다고 한다.

정말 이들이 초월적인 위치에서 우리보다 뛰어난 지적능력으로 뛰어난 가치판단을 하여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우리도 이를 믿고 그에 기준하여 선택하고 실천해나가는 것은 매우 좋은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어떤 관광객이 낯선 산에 처음 들어와 길을 헤매게 될 때 그 산에서 평생 살며 이 길 저 길 안 다녀본 데 없이 다닌 안내자를 만나 그에게 의지하여 그를 믿고 따라가면 길을 잃지 않고 쉽게 원하는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는 것과 같다고 할 것이다.

다만 이 방식에는 다음과 같은 난점이 있다. 우선 세상에는 그런 성격을 갖는 서로 엇갈린 주장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그래서 이들 사이에서 갈등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죽은 이후에 6가지 갈림길에서 윤회를 한다는 주장과 사후심판을 받고 천국과 지옥의 선택을 받게 된다는 주장은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따라서 일반인의 입장에서 이들처럼 서로 다른 주장을 모두 만나게 되면 이 가운데 어떤 것이 참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에 대해 갈등을 많이 겪게 된다.

그런데 경험할 수 없는 내용들은 그 참거짓을 명백히 밝힐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죽음 이후에 무한히 윤회를 하는지, 또는 전지전능한 신이 존재하여 사후에 심판을 하는 지 등은 우리가 현실에서 경험으로 참거짓을 단정할 수 없다. 물론 이치상 한 쪽 주장이 참이면, 나머지는 거짓이다. 또 다 거짓일 수도 있다. 이들 주장은 서로 일치하지 않으면서 어느 쪽 주장이 참인지를 판단할 수 없다. 실제로 현실에는 이런 점을 악용하여 많은 사이비(似而非) 종교들이 어리석은 사람을 속여 이익을 취하려고도 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많은 엇갈린 주장 사이에서 혼돈을 겪을 수 있다. 그리고 결국 이런 각 주장은 참거짓의 문제로 해결된다기 보다는 그것을 믿는가 안 믿는가의 문제로 귀결(歸結)된다. 그리고 어떤 주장을 믿고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구체적으로 선택 결정하는 내용도 달라지게 된다.
여기서는 이들도 한편으론 훌륭한 방식이 될 수 있지만, 앞에서 밝힌 것과 같은 문제점도 있으며, 또 그것은 참 거짓을 밝힐 수 없는 영역으로 남게 된다는 한계점만 밝히고 그친다.

바) 가장 나은 희망상태의 설정

앞의 각 방식에는 약간의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 이제는 다음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일단 단순히 최상(最上)의 상태를 그려 보고, 그 상태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나은 방안을 최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피하고 싶은 최악의 상태도 같은 방법으로 정한다. 그래서 그런 최악을 피하고 최상을 실현하려는 희망을 갖는다. 이 경우 희망이 너무 확대되어 이를 실현할 원인을 아예 모를 수 있다. 또는 원인을 알더라도 현실에서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게 된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이런 희망을 실현하는 상태에 비교적 양적 질적으로 가까운 차선(次善)을 선택해나간다. 그리고 이 차선이 바로 자신의 현실에서는 최상이라고 생각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비행조종사가 되고 싶다고 할 때,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면 택시 운전사가 되기로 한다거나, 또는 모형비행기 사업을 한다는 식으로 원래의 희망과 비교적 가까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원래의 최상의 희망에 가까운 내용을 실현해나간다는 식이다.

이런 방식은 다음에서 긍정적인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우선 앞에서 보듯 현실에 당면한 몇몇 경우만을 비교하는 방식은 잠재된 최상이나 최악을 무시하기 쉽다. 그렇다고 현실에 잠재한 가능성을 모두 나열해 비교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여기서의 이 방식은 구체적인 실현가능성을 일단 무시한다. 그리고 가장 최상 최악의 상태를 그려놓는다. 그리고 이것만을 기준으로 현실에서 최상에 가깝고 최악에서 먼 방향을 찾는 것이다. 따라서 비교적 쉬울 수 있다. 이는 일단 잠재된 가능성을 검토해 보는 일을 모든 잠재된 영역으로 확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현실에만 고착(固着)되지도 않는다. 최상과 최악의 내용을 하나씩 놓고 그것으로 잠재된 가능성 여부를 검토하여 현실에 임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현실에서 가능한 범위에서 최상과 최악을 설정해야 한다고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요구를 하면 최상과 최악의 경우를 하나하나 나열하면서 이들을 현실에서 실현 또는 방지할 수 있는 원인이 있는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인과관계를 정확히 잘 모르기 때문에 이 방식은 어려운 것이다. 앞의 다) 방식에서는 현재 선택 가능한 모든 경우를 놓고, 인과관계상 가장 최상의 ‘결과’가 나오는 것을 찾았다. 이는 결과에서 원인을 찾는 방식과는 역방향이다. 이 둘은 결국 무엇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에서 최상인가를 인과관계를 기준으로 살피는 입장이다. 두 방식은 단지 결과에서 원인방향으로 살피는가, 원인에서 결과쪽으로 살피는가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역방향에서 살피던 순방향에서 살피던 구체적인 인과관계의 내용을 판단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두 방식 모두 구체적인 내용을 선택하기가 어렵게 된다. 물론 대략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를 구별하기는 비교적 쉽다. 그러나 예를 들어 어떤 이가 1억을 버는 것 또는 100억을 버는 것, 어떤 특정한 병에 걸리지 않을 목표 등이 현실적인가 아닌가는 사실상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다.

사실상 앞 방식들에서 가장 크게 문제되는 것이 인과관계의 파악이었다. 인과관계를 정확히 알 수 있다면 결과에서 원인 쪽으로 살피던, 원인에서 결과 쪽으로 살피던 모두 이론적으로 최상의 상태를 가장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방안이 된다. 그러나 인과관계의 구체적인 내용을 현실에서는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것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할 뿐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방안들이 제시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절충적인 방안으로 위 방안이 제시된 것이다. 지금 살피는 이 방안은 인과관계의 구체적인 내용을 일단 무시한다. 그리고 희망을 마음껏 그려 보는 가운데 최상을 선택한다. 또 한편 주의해야 할 최악의 상태도 그려본다. 그리고 그 다음 현실에서 점차 최악을 피하고, 최상에 가까운 방향을 찾아 나서는 것으로 현실에서 절충하는 방식인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최상에 가까운 실현가능성 있는 차선(次善)을 찾는 문제는 남는다. 최상과 가까운 차선을 찾는 것은 수많은 희망들에서 현실적 실현 가능성을 검토해 보는 것과 비슷한 성격의 문제가 있다. 따라서 결국은 앞의 방식들과 큰 차이가 없지 않은가하는 의문이 있다. 그러나 앞서의 방식들은 다양한 희망을 나열하고 하나하나 현실적 가능성 유무를 판단하려 한 것이다. 그리고 이 경우 다양한 경우에서 장기간 인과관계를 예측할 수 없으므로 그 판단이 어렵게 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방식은 단지 최상의 희망을 먼저 정하고 현실에서는 그 때 그 때 그 최상에 가까운 내용을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찾아내려는 것이다. 따라서 약간의 차이는 있다.

물론 이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우선 희망을 그릴 때는 단순히 좋은 점만을 기대하고 그려내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그 상태를 경험하기 전에는 그 장단점을 알기 어렵다. 그래서 내용을 잘모르는 상태에서 잘못된 가치판단을 할 수도 있다. 한편 희망은 무한히 공상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그래서 희망을 실현시킬 방법이 현실에서 거의 발견되지 않을 경우도 있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최상은 실현할 수 없다고 자포자기(自暴自棄)하거나 체념(滯念)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방안에서는 희망을 그리되 그에 가까운 차선의 내용을 현실에서 찾고 이 차선에 만족할 것이 함께 요구된다. 한편 희망을 실현시킬 방안이 여럿 있는 경우 비교할 가지수가 앞의 예들처럼 많아지는 문제점도 있다.


3) 선택방식의 적용례

이제 이상의 방식들을 놓고 현실에서 최상의 상태를 향해 가는 방식을 검토해보자. 사실상 여러 가지 방식 가운데 어느 한 방법만을 절대적으로 고집할 것은 아니다. 각 방식은 나름대로 장점도 갖는다. 예를 들어 현재 내용 외에 어떤 내용도 달리 예측되지 않는 경우라면 현재의 내용만으로 좋은 것을 선택한다던지, 이들이 모두 엇비슷하다면, 추첨이나 점을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된다.
또 자신이나 타인이 이미 경험한 내용이 있다면 이를 참고하고 몇몇 경우는 그 뒤의 전개과정이 예측된다면, 이를 선택과정에서 고려에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어차피 자신이 모든 인과관계의 내용을 알지 못한다면, 초월적인 입장에서 어떤 길을 제시한 가르침 가운데 자신의 마음에 드는 한 두 내용을 믿고 따라가는 것도 하나의 훌륭한 방법이 된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최상과 최악의 상태를 그려 놓고 현실에서는 어떤 선택이 조금이라도 최상에 가까워지는가를 늘 검토하면서 현실에서 이에 가까운 차선을 선택해 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리고 물론 이론상 모든 경우수를 다 검토하여 현실에서 최선의 경우를 선택하겠다는 자세도 이론적으로는 틀리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구체적인 현실에서는 이런 여러 방안을 상황에 맞게 이용할 필요가 있다.

이런 방식을 현실에서 적용해가는 예를 들어 보자. 우선 삶에서의 선택과정이 장기판에서의 선택과정과 유사하다고 가정해보자. 물론 장기판은 일정한 규칙에 의해 선택 가능한 내용이 제한을 받는다. 그리고 자신과 상대의 응수에 의해서만 전개내용이 영향을 받는 단순한 경우가 된다. 삶에서의 선택과정은 이보다 훨씬 더 내용이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들이 개입한다. 그러나 이론적인 검토를 위해서 삶에서의 선택 문제를 장기 게임을 통해 살펴보기로 하자.

동양 장기에서는 장기알이 각기 16개씩이다. 그래서 어떤 장기알을 움직일 것인가의 경우수를 단순히 생각하면 16가지가 된다. 물론 정확히는 최초시점에서의 포(包)와 같이 그리고 중간의 위치변화로 어떤 알은 전혀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또 중간에 상대에게 잡히는 알이 있으면 이후에 선택가능한 경우수도 줄어든다. 그러나 이를 일단 무시하고 평균잡아 10 알 정도를 선택할 수 있다고 가정하자. 한편 선택한 하나의 알이 어떤 위치들로 움직일 수 있는가는 각 장기알마다 경우수가 또 다르다. 알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고, 또 어떤 장기알은 움직일 위치가 매우 폭이 넓고 어떤 것은 전혀 움직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모두 두 위치씩 선택가능하다고 가정하자. 이렇게 가정하면 앞의 각 알에 이를 다시 곱하면 20가지가 된다. [참고로 최초 포진 위치에서는 규칙대로 이동가능한 경우수는 31가지가 된다.]- 이런 자신의 선택에 응해 상대가 또 대응할 수 있는 가지수도 평균 20가지 정도가 된다고 가정하자. 이렇게 되면 이런 선택 가능한 경우수 가운데 어떤 것이 가장 나은가를 생각해보기 위해 비교할 경우수가 대단히 많아진다. 그래서 한 5수 앞을 미리 내다보고 전개과정을 판단하려면 이론상 무려 20*20*20*20*20*20*20*20*20*20 = 10,240,000,000,000 가지 수의 경우수를 모두 비교해봐야 한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비교판단을 행할 수 없게 된다. 한 경우수의 나열 검토에 1초를 사용한다고 해도, 170,666,666,666분 = 2,844,444,444시간 = 118,518,518 일 = 324,708년이 소요된다. 오늘날 컴퓨터를 사용해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한편 이런 게임에서 상대의 선택 내용은 자신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다. 따라서 어떤 수를 선택한 후 전개내용은 상대의 선택과 함께 결합하여 얻어지게 된다. 따라서 자신의 선택만으로는 자신이 예측한 최상의 결과를 반드시 얻어내지는 못한다. 이런 이론적인 모델에서 가장 최상의 결과는 자신은 늘 최선을 선택하고 상대는 늘 최악을 선택할 때 나타난다. 또 최악의 결과는 자신은 늘 최악을 선택하고 상대가 늘 최선을 선택할 때 나타난다. 그러나 이런 가정은 비합리적이다. 그래서 상대와 자신이 각기 자신에게 최선이 되는 방향으로 노력한다고 가정해보자. 물론 여기에는 예를 들어 5수 이후 전개된 내용과 형태들에서 어떤 것이 더 나은가를 측정할 기준이 있어야 한다. 또 상대 역시 자신과 같은 기준으로 선택한다는 전제도 필요할 것이다. 그런 경우 각기 최선을 얻으려 노력하는 결과 최종적으로는 가장 최선과 최악의 중간 지점 정도를 얻게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각 선택 후에 기대되는 내용을 각기 계산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값이 가장 나은 경우를 그중 가장 나은 경우로 선택하게 될 것이다.

이는 앞의 방식에서는 선택 가능한 모든 경우수를 나열해 놓고 가장 나은 결과가 얻어지는 경우를 선택하려는 방식에 준한다. 장기게임은 선택할 수 있는 경우수가 규칙에 의해 제한되어 주어진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선택할 경우수가 이렇게 제한된다고 보기 힘들다. 또 상황변화도 상대가 전혀 없는 경우부터, 여럿이 있는 경우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이런 식으로 모든 선택 가능한 경우수를 나열하여 최상을 판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더욱이 규칙을 세우기도 힘들고 또 있다해도 그 때 그 때 변화하기 때문에 미리 계산식을 놓고 컴퓨터에 계산을 대신 맡기는 것도 어려운 것이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점이나 추첨과 같은 방식에 의지하려는 입장도 생겨날 수 있다. 그러나 장기게임에서 장기알의 움직임을 점이나 우연에 맡겨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어리석을 것이다. 평소에 생활하면서 어떤 점이나 추첨과 같은 방식이 매우 신통한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실제 이런 장기판의 게임에서도 그 방식을 이용하면 훌륭히 그 기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은 유효한 방법이 되지 못한다. 단지 이는 장기 게임에 대해 전혀 모르지만 어쩔 수 없이 장기알을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때 취하게 되는 가장 어리석은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일정한 경우에 점이나 추첨이 유용한 방식으로 생각된다면, 실제 그 전개과정이나 결과를 과학적으로 쉽게 관찰가능하고 예측가능한 다른 경우들에도 그 방식을 적용해보자. 그러면 그 방식이 유효한 예측 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아낼 수 있다. 따라서 현실의 삶의 결정과정에서 점이나 추첨을 의지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을 때 그러나 그에 관해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을 때 사용하는 가장 어리석은 방식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여하튼 실제로 장기를 두는 사람은 이런 식으로 비교하여 판단하거나 점을 쳐서 알을 움직이지는 않는다. 실제로 장기를 조금 두는 사람은 일정한 처음 수들은 잘 두는 사람에게 배운 일정한 정석 가운데 하나를 따라 두게 된다. 이는 마치 현실의 삶에서 기존 권위자나 종교적 초월자들의 가르침 또는 인생의 선배들이 가르친 선택방식을 따라 선택해나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다음 장기가 전개되면 장기를 잘 두지 못하는 사람은 눈앞에 당장 보이는 수에만 급급하게 된다. 그래서 당장 상대를 잡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위치로 자기 알을 옮기려 하거나, 상대가 바로 공격하는 수를 피해서 알을 움직이는 선택행위만을 반복하게 된다. 이는 삶에서 매순간 눈에 당장 보이는 희망과 위험 등의 상태만을 고려해 선택을 하는 방식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두면 자신보다 조금 잘 두는 상대방은 상대를 유도하여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도록 만들어 나가게 된다. 따라서 눈앞에 당장 보이는 이익이나 위험만을 고려하여 움직이게 되면, 이런 상대에게 이용당하여 손실을 보게 된다.

따라서 장기를 조금 잘 두려면,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자신이 움직이려는 한 두 수를 가정해 놓고 다시 이에 응해 상대가 둘 가능성이 있는 한 두 수를 다시 예측하여 어떤 상황이 전개될 것인가를 서로 예측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이는 앞의 방식에서 눈앞에 당면한 몇몇 이익이나 위험의 경우들만을 고려하여 그 후에 전개되는 인과관계와 최선 최악을 예측해보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이 상당히 많이 쌓이면 일정한 상황에서 일정한 전개가 이뤄짐을 경험을 통해서 익힐 수 있다. 그리고 몇몇의 기본 정석에서의 변화는 이런 사전 학습을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형태로의 선택을 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경우 가능한 전개 과정수를 많이 그리고 여러 수의 전개이후까지 깊게 알게 되면 그는 비교적 장기를 잘 두는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문제는 장기를 이 정도로 잘 두는 사람들이 서로 두는 경우에는 어떤 변화가 가능할 것인가이다. 사실 위와 같은 기본 선택 방식이 적용되는 것은 대략 비슷할 것이다. 문제는 구체적으로 새로이 전개되는 각 변화에 따라 경우의 수를 얼마나 많이 그리고 깊게 읽어나가는가에 있다.

그러나 서로 동등한 시간제한이 주어지는 상황이면 결국 가능한 모든 수를 검토할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제한 시간 내에서 검토할 우선순위를 정하고 각 중요도에 따라 각기 예측할 수를 조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범위에서 정확하고 빨리 검토해야만 한다. 결국 가장 최선의 경우와 최악의 경우를 검토할 우선순위에 넣게 된다. 그것은 최선은 실현시켜야 할 목표가 되고 최악은 대비해서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에서는 최선의 목표는 상대의 왕을 잡는 것이다. 또 그러기 위해 상대의 알을 많이 잡으려 한다. 그런데 장기에서는 자신이 공격을 하되 상대가 피할 곳이 있으면 아무리 계속 쫓아 공격해도 끝없이 상대가 피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쉽게 상대 알을 잡을 수 없다. 결국 상대가 어떤 공격을 피해 움직이면 대신 더 큰 피해를 보게 되는 상황을 만들거나, 어느 곳으로 움직여도 잡히게 되는 상황을 만들어 잡아야만 한다.

그래서 장기에서 가장 희망적인 목표 상태는 최종적으로 상대의 왕이 어디로 움직여도 죽게 되는 위치에 몰아서 공격을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는 상대의 왕이 어디로도 움직일 수 없게 되는 상황을 미리 구상해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런 상태를 만들어내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자신이 어떤 수를 둠에 따라 상대가 일정한 방향으로 응수를 할 수 밖에 없게 만들고 그런 계속된 진행 끝에 최종적으로 상대의 왕이 그런 위치에 몰려 이기게 되는 것을 원하는 것이다. 물론 최악의 경우는 자신이 역으로 이렇게 몰려서 지는 것일 것이다. 따라서 이런 최상의 경우를 목표로 정하고 또 최악을 대비하면서 구체적인 상황에서 선택을 해나가야만 하게 된다.

그런데 곧바로 이런 최상의 상태를 실현할 수는 없다. 그래서 당장은 가능한 이와 가까워질 수 있는 차선의 상태를 추구하게 된다. 그것은 일단 적에게 위협을 가장 많이 줄 수 있는 상태를 실현하려 한다. 그래서 가능한 공격력과 방어력이 강한 포(包) 차(車) 마(馬) 사(士)등에 우선 순위를 두고 졸(卒)이나 상(象) 등에는 비중을 조금 두어 상대의 알을 잡아 가면서 자신이 앞에서 계획한 최종적인 상태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된다.

상대의 알을 목표로 할 때는 그 알이 공격을 피해 달아날 수 없는 상황을 구상하고 그것을 만들어 가게 된다. 한편 상대가 공격을 할 때는 역으로 자신의 중요한 알이 그런 위치에 몰리지 않는가를 염두에 두면서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이를 종합하여 선택을 행하게 된다. 한편 자신의 이런 선택에 대응해 상대도 자신과 같은 최선의 방식으로 대응하게 된다고 가정할 수 있다.

그래서 상대의 최선의 응수 방향을 고려하여 또 다시 대응책을 마련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하여 실제 판단할 가지수를 줄이는 것이다.

이는 결국 가장 최상의 상태와 최악의 상태를 그려 놓고, 최상의 상태에 가까운 상태를 찾아 나서는 방식에 준해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눈앞에 당면한 이익과 위험만을 고려하는 것은 아니며, 그렇다고 모든 가능한 경우수를 다 고려한다는 자세는 또한 아니다.

이런 장기게임에서의 선택모형은 현실의 삶에도 어느 정도 시사(示唆)하는 바가 있다. 물론 장기에서의 선택모형과 실제 삶에서의 선택모형은 다르다. 실제 삶에서 나타나는 변화모습은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하다. 한편 장기 게임 만을 놓고 보면, 최선의 목표는 장기에서 이기는 것이다. 물론 장기 게임도 좀 더 넓은 차원에서 보면 승패를 떠나, 게임을 통해 쌍방이 즐거움을 얻고 인간관계를 화목하게 만드는 것을 더 높은 목표로 생각할 수 있다. 더욱이 현실에서는 반드시 상대를 어떤 궁지에 몰아넣어 이기는 것을 목표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장기에서의 선택 방식을 그대로 삶에 적용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장기에서는 일단 상대를 이기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놓고, 이것을 추구하는 다양한 방식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현실에서 최상을 추구하는 방식도 이에 준해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본다.

장기에서도 최종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최상의 상태가 있듯, 현실에서도 이런 목표가 필요하다. 그래서 일단 어떤 상태가 가장 가치 있는 최상의 상태로 결정되면, 그것을 위해 다른 것을 희생하고, 추구해 실현시켜야 한다. 그래서 결국 이런 최상의 상태는 다른 모든 것들에 우선하는 가치의 근원점이 된다. 그래서 이를 기초로 여러 하부 목표들이 제시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앞에서 살펴본 선택방식의 모형에서 선택 기준으로 최상의 가치를 미리 생각해 두는 것이 중요함을 보았다. 그것은 의식의 전면에 최상의 가치를 늘 염두에 두고 그에 기준하여 비교판단을 행하는 것을 뜻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최상의 가치와 직접 현재에 당면한 대상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하면 현재에 당면한 대상들은 모두 배척되고 아무 것도 선택할 수 없게 된다. 여기서 최상의 가치를 염두에 둔다는 것은 선택 가능한 가운데에서 어떤 선택이 최상의 가치에 보다 가깝게 되는가를 기준으로 선택하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매순간 그렇게 선택해나감에 따라서 최상의 가치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런 최상의 상태를 정하지 않고, 그 때 그 때 추구하는 바가 달라지는 삶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는 비유하면, 바다에 떠 있는 배가 그 때 그 때 부딪히는 파도를 보고 좋게 생각되는 방향을 그 때 그 때 정해서 나아가는 것과 같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그 결과 가장 좋은 곳을 만나게 된다기 보다는 오히려 정처(定處)없이 바다를 헤매게 될 것이다. 또 우연히 항해하다보니, 또는 그 때 그 때 점을 쳐서 방향을 정해 나아가니 좋은 곳에 도착하게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드물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어떤 좋은 목적지에 도달하려면 나침반과 항해도를 늘 옆에 놓고 현재의 위치에서 늘 목적지와 가까운 길을 찾아가면서 꾸준히 항로를 시정(是正)해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그런 노력 끝에 가장 가치 있는 최종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런 노력이 매우 어렵고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을 쉬지 않아야 하는 것은 그것이 자신에게 최악의 상태를 피하게 하고 보다 나은 상태를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만일 이런 매순간의 선택과 판단을 잘못하면 우리는 값비싼 희생을 치러야만 한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가 길에서 놀면서 차도에 떨어진 공을 줏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부상을 입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공이 중요한가, 아니면 팔 다리가 중요한가를 생각하면 어린아이도 팔다리가 더 중요함을 쉽게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어린아이가 놀이에 정신이 팔리면 공에 집착하여 다른 중요한 것을 생각하지 못할 수 있다. 또 자신의 행위에 따라 어떤 결과가 일어날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다. 같은 경우에 어른이라면 공을 포기하고 안전을 택할 것이다. 그것은 어른이 아이보다는 그만큼 인과관계 판단과 가치판단을 주의 깊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어린이의 예와 마찬가지로 선택의 기로에서 인과관계와 가치에 대한 판단을 주의 깊게 하지 못하면 값비싼 대가를 치루게 된다고 할 것이다.

다음에서는 이런 내용을 전제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최상의 가치로 놓고 살아가야 하는가를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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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다음의 전체적인 글의 일부입니다.
無名 著, <가칭><<최상의 행복 총론>>, 목차

이 글들은 내용과 형식면에서 완전해질 때까지 계속해서 교정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최종 완성되기 전에 미리 여러분의 거리낌 없는 많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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